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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백엔드 개발자를 꿈꾸다가 현재는 블록체인 개발자로 전향하고자 마음을 먹은 블로그 주인 piatoss입니다. 저는 지난 3월부터 6개월가량의 시간을 코드스테이츠 블록체인 부트캠프와 함께 했습니다. 나는 왜 부트캠프에 지원을 했을까? 그중에서도 왜 블록체인을 선택했는가? 부트캠프에 참여하는 동안 무슨 일이 있었고 무엇을 배웠는가? 등에 대한 질문들을 이렇게 수료를 한 시점에서 스스로에게 던져보니 참 감회가 새롭습니다.

 

 아쉽게도 코드스테이츠 블록체인 부트캠프는 이번 기수를 마지막으로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진다고 합니다. 크립토 윈터가 길어짐에 따라 수강생 수가 일정 수준 이상 유지되지 않는 것이 이유라고 하는데요. 암호화폐 시장 상황이 블록체인에 대한 대중의 관심과 직결된다는 것이 조금은 안타깝습니다. 코인 붐이 다시 일어나면 블록체인 부트캠프도 다시 돌아오지 않을까요? 아무튼 당분간은 다음이 없으니 저는 부트캠프를 어떻게 지원하고 자격 요건은 무엇이고 같은 원론적인 이야기보다는 제 감상 위주의 글을 작성해 보려고 합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부트캠프에 지원한 이유

지원서 작성중...

 올해 1월에 대학 졸업을 앞두고 마땅한 진로가 정해져 있지 않았던 저는 두 가지를 고민했습니다. 취업을 준비할지 아니면 공부를 더 할지. 급한 것은 취업 쪽이었는데 제 실력(프로그래밍, 면접, 대인 관계 등)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았습니다. 사실 마음만 먹었으면 어디든 됐겠지만 솔직한 마음으로 더 높은 곳을 노리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공부를 더 하기로 결심했습니다.

 

 공부하는 방법에도 독학, 학원, 유학, 대학원 진학... 등등 여러 가지가 있을 테죠. 저도 이것저것 찾아보았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국비교육 부트캠프, 그중에서도 코드스테이츠를 선택한 이유!

 

 일단 시기가 너무 잘 맞아떨어졌습니다. '2월에 학교를 졸업하고 3월에 부트캠프에 입소하면 8월 중순에 끝나는데 그 사이에 다른 것을 병행해서 준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그럴 일은 없었지만 나름 큰 그림을 그리며 행복한 상상을 하기에 충분한 시기적절함이었습니다.

 

 그다음으로는 커리큘럼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페어를 이루어 진행되는 자율학습과 팀으로 진행되는 3개의 프로젝트. 제가 지난 몇 년간 대학교를 다니긴 했지만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비대면 수업만 들으면서 집에서 꼼짝을 안 하고 살았더니 인간으로서 여러 가지가 결핍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제게는 억지로 사람들도 만나고 같이 뭐라도 할 수 있는 계기가 필요했습니다. 나 자신을 바꾸고 싶다고 해야 될까요? 어쩌면 그런 절박한 마음이 저를 코드스테이츠로 이끌었던 것 같습니다.


블록체인을 선택한 이유

 앞서 부트캠프를 선택한 이유로 시기적절함을 우선으로 들어서 약간은 별생각 없이 블록체인이라는 분야를 선택한 것 같지만, 블록체인 부트캠프를 선택한 제대로 된 이유가 있습니다.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을 처음 접한 것은 누구나와 비슷하게 코인붐이었던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블록체인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잘 몰라서 코인=블록체인이라고 생각을 했었고 솔직히 그 존재가 탐탁지 않았습니다. 괴벨스가 21세기에 데이터 조각으로 환생한 것만 같았거든요. 저는 정직함이 신념의 일부이기 때문에 그런 혹세무민을 일삼는 존재들을 정말 싫어합니다. '눈앞에 100억 들이밀고 코인 장사 해봐라 하면 어떻게 할 거냐' 같은 질문은 받지 않겠습니다.

 

세계 정부 붐은 온다

 그러다 대학교 마지막 학기(크립토 윈터로 시장이 얼어붙어 있던 시기)에 블록체인 개론 수업을 선택해서 들었습니다(전공 학점 채우려고...). 코인이 블록체인의 전부가 아니더군요. 그렇게 블록체인의 다른 면모를 살펴보고 나니 흥미로운 미래의 모습이 제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언젠가 이 세계가 커다란 사건에 뒤흔들리고 나면, 원피스 세계관처럼 세계 정부가 수립이 되고, 세계 정부에 소속된 사람들이 블록체인을 실생활에 적용해 물건을 유통 및 거래하고 신원을 확인하게 되는 그런 미래입니다. 세계 정부는 근거 없는 상상이긴 하지만 블록체인을 활용한 거래와 신원 확인은 이미 이루어지고 있고 더욱 그 범위를 넓혀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어쩌면 내가 이 분야를 선도하는 사람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조금은 있습니다. 저는 이처럼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에 미래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고 이 분야에 뛰어들기로 결심했습니다.

 


내가 기대한 부트캠프와 현실

Yes, sergeant!

 부트캠프라는 단어 자체가 신병 훈련소라는 의미이기 때문에 군필자 출신으로서 그 존재 자체(논산 훈련소)가 기분 나쁘지만 동기들과 함께 고생하면서 생기는 전우애, 교관들과의 내적 친밀감 등 약간은 그리운 것들이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블록체인 부트캠프에서도 동기들하고 같이 고생하고 담당 크루님들한테 잔소리도 들으면서 그런 것들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괴팍한 상상을 했었습니다.

 

 실제로는 하루 일정이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였는데 일반적으로 코드스테이츠 크루분들이 공지사항을 전달해 주시거나 특정 학습 주제에 대한 갈무리 수업을 진행하는 시간을 제외한 대부분의 시간은 수강생들의 자율 학습 시간이었습니다. 또한 전체 과정은 완전히 비대면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동기들 사이의 서먹함이 조금은 오래갔던 것 같습니다.

 

 문제는 학습 과정에서 발생한 오류에 대한 해결책이나 의문점들을 서로 물어보는 것조차 어려울 정도로 서먹했다는 것입니다. 학습 자료가 아무리 잘 구성되어 있다 하더라도 '아 여기서는 막힐 수 있겠는데?' 싶은 구간들이 종종 있습니다. 예를 들어, 로컬에 MySQL을 설치하고 mysql 라이브러리를 사용해서 Node.js로 작성한 서버와 연결하는 과정이 있습니다. 이 경우는 MySQL이 이미 로컬에 설치되어 있는데 다시 설치하는 중에 문제가 발생한다든가 포트 번호가 3306이 아니라든가 루트 사용자 비밀번호가 이상하게 설정되어 있다든가 등의 별의별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나중에 알아보니 이런 문제들이 발생했을 때 해결하지 못하고 그냥 넘어가신 분들이 일부 계셨습니다.

 

궁금하다 치에의 특훈

 저는 승자와 패자가 나뉘는 경쟁 게임보다는 동료들과 함께 모험을 떠나는, 드래곤 퀘스트나 페르소나 같은 RPG 게임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현실에서도 같이 으쌰으쌰 해서 함께 좋은 결과를 가지고 가는 것을 좋아합니다. 이번 부트캠프도 다들 무언가를 결심하고 선택을 하셨을 테니 모두 좋은 결과를 가지고 갈 수 있으면 했습니다. 그리고 혼자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알고 있습니다. 물론 혼자 고민하고 해결해서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부트캠프의 특성상 단기간에 많은 것들을 머리에 집어넣어야 하기 때문에 문제를 맞닥트렸을 때 해결하지 못하고 넘어가면 결국은 다른 학습 과정에서 또 다른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처음 포기하는 게 어렵지 그다음은 일도 아니지 않습니까? 이런 점에서 수강생들이 함께 도전하고 성장할 수 있는 분위기를 초반부터 형성할 수 있도록 운영진의 적극적인 서포트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하늘에 서겠다

 

 그렇게 아쉬우면 네가 총대 메면 될 거 아니냐? 맞습니다. 그래서 지난 5월 5일 어린이날, 내리는 빗소리를 듣다가 무작정 발표 스터디를 구상하였고 그다음 주에 동기분들을 대상으로 회원을 모집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발표 공포증 극복, 면접 준비, 친목 등의 이유를 들었지만 그 내면에서는 부트캠프에서 동기분들과 함께 성장하는 분위기를 만들어보고자 하는 의도를 담고 있었습니다. 감사하게도 다섯 분이 지원을 해주셨습니다. 그렇게 저의 생애 첫 번째 스터디가 구성되었고 다섯 번의 발표를 함께 했습니다. 저는 '이렇게 해도 돌아가는구나' 싶을 정도로 스터디장으로서 일처리가 미숙했습니다. 그럼에도 열정으로 임해주신 동기분들 덕분에 굉장히 즐거웠고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많은 것들을 얻었습니다.

 

실제로 사용한 자료입니다

 일단은 무수한 질문 세례가 쏟아졌다는 것, 그리고 부트캠프를 수료한 이 시점에도 질문이 들어오고 있다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스터디를 함께하고 있는 동기분들을 도와드리다가 점차 그분들이 또 다른 분들한테 '이 사람이 해결해 줄 거야'라며 저를 찾아가라고 알려주는 바람에 일파만파 퍼지게 되었습니다. 그 덕분에 감사인사도 많이 받았고 많은 분들과 교류하며 친분을 쌓을 수 있었습니다. 사실은 도와드리다 보면 제가 뿌듯한 마음이 더 컸습니다. 3월에 처음 페어 활동으로 만났을 때 npm install도 어디서 사용해야 될지 모르던 사람이, 내 도움으로 수료할 때쯤에는 혼자서 스마트 컨트랙트를 작성하고 hardhat으로 테스트하고 배포 및 검증까지 할 수 있게 되었다? 이거 못 참거든요.

 

 그리고 부트캠프의 꽃인 세 개의 프로젝트에서 모두 팀장을 맡았습니다. 제가 하겠다고 나섰다기보다는 함께하게 된 팀원분들이 등 떠밀어 주셔서 맡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제가 프로젝트 경험이 전무하고 잘할 수 있을지 몰라서 부담스러운 마음이 컸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제가 그동안 보여드린 모습들을 긍정적으로 평가해 주시고 있다는 생각에 최선을 다해서 그 기대에 보답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내가 과연 리더십이라는 것을 가지고 있는지, 가지고 있다면 어떤 유형인지 충분히 테스트하고 파악할 수 있는 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었기 때문에 저에게 굉장한 기회기도 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조조의 카리스마 있는 리더십을 동경하지만 유비와 손권의 중간 어딘가에 걸쳐져 있는, 그래서 갈 길이 멀은, 그럼에도 리더로서 할 수 있는 역량을 최대한 발휘해보기도 하고 부족한 점도 찾을 수 있었던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마무리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지? 지금 당장!

 

 새로운 도전은 언제나 두려운 법입니다. 그래서 저는 '여우와 신 포도' 이솝우화에 나오는 여우처럼 '저 포도는 분명 실 거야'하고 항상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기회가 찾아왔음에도 제 발로 걷어차곤 했습니다. 뒤늦게 후회하고 어쩌고 뻔한 소리는 일단 넘어가고, 그래도 이번에는 정말 귀신에 씐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부트캠프에 지원해서 미친척하고 발표 스터디도 만들어보고 미친척하고 진로도 변경했습니다. 그렇게 뭐라도 저질러 놓고 수습을 하더라도 해보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해보지 않았다면 알 수 없었을 것들이 너무 많거든요. 만약 무언가를 주저하고 계신다면 Foo Fighters의 Walk를 들어보세요! 가사를 읽어보는 것도 좋지만 일단 신나니까 불안한 생각들을 떨쳐낼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도전해 보는 겁니다!

 

 저의 코드스테이츠 블록체인 부트캠프 9기 수료 후기는 여기까지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질문이 있으시다면 댓글로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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