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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정리

AI의 발전은 두렵지만

piatoss 2025. 9. 20.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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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이라기에는 좀 됐지만) AI로 창작활동을 하는 AI 크리에이터라는 직업군이 등장을 했습니다. 저도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고 있는데, 얼마 전에 상당히 충격적인 창작물을 조우했습니다. 제 취향을 저격해서 올려치기 하는 것도 분명 있지만, 중소 스튜디오에서 제작했다고 해도 믿길 만큼 지난 1년과 비교해서 AI 창작물의 완성도가 상당히 높아졌음을 체감할 수 있는 창작물이었죠. 이걸 AI만 사용해서 만들었다고? 물론 장면 묘사 프롬프트, 작사 그리고 디렉팅은 어느 정도 사람의 손을 타야 하는 부분이 있을 것입니다. 개인이 AI만 활용해서 만들었다고 단언할 수도 없고요. 그럼에도 이제는 사람과 AI의 행적을 분명하게 구분하기 점점 더 어려워질 테죠.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되지만, 어쩐지 마음 한편이 불쾌해집니다.

이하 뇌피셜 주의

우도할계

 이제는 특정 분야에서 전문가의 영역에 발을 들이지 않고도, AI와의 협업을 통해서 평균 또는 그 이상의 퍼포먼스를 낼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닭 잡는데 왜 소 잡는 칼을 쓰냐'가 아니라, 이제는 '소 잡는데 왜 굳이 비싼 소 잡는 칼을 쓰냐'가 된 것입니다. 닭 잡는 칼만 있어도 AI를 활용하여 소도 잡을 수 있는데 말이죠. 물론 여포 솔플 또는 여포 + AI가 시간 대비 효율은 더 잘 나오겠죠. 그런데 아무래도 '인중여포 마중적토'의 여포이기 때문에 부르는 게 몸값인 문제가 있습니다. 반면, 화웅 + AI는 시간 대비 효율은 떨어지더라도 전반적인 가성비가 잘 떨어집니다.

 

 그렇다고 해서 전문가 또는 시니어가 불필요해졌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오히려 이들의 중요도는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다만 AI에 대비하기 위해 기존의 ‘직능’은 변형될 수밖에 없습니다. AI와의 눈치게임에서 무엇이 가능하고 불가능한지, 이 쉐끼가 구라를 치고 있는지 아닌지 — 그런 것들을 누구보다 빠르게 검증하고 바로잡는다거나, 효율성 극대화를 목적으로 인간과 AI의 오케스트레이션을 만들어내기 위한 매니지먼트 역량도 필요할 것이고요. 저를 포함한 젊은 친구들 다수가 갈수록 AI에게 뇌를 의탁하게 되는 그런 사회적 경향이 심화되다 보면, 아무래도 조직 차원의 리스크 관리를 위한 컨트롤 타워로서의 역할도 요구될 것입니다. 말 그대로 지금보다 더 쥰내게 바빠져야 한다는 것이죠.

 

 그렇다면 AI가 치고 들어온 자리와 시니어가 바빠진 만큼 불필요해져서 도려내야 할 부분은 어디일까? 많은 이들은 주니어 무용론을 외치고 있지만, 저는 오히려 미들 무용론을 주장하고 싶습니다. 사실 무용까지는 아니에요. 일단 생각을 해보세요. 닭 잡는 칼 + AI로 소도 잡을 수 있다면 돼지는 누워서 떡먹기 아닌가? 물론 도축 전문가들 입장에서 보자면 도구마다 형태도 용도도 다른 게 맞지만, 어디까지나 비유적인 표현이니까 적당히 이해해서 들으시면 됩니다. 화웅 + AI면 관우는 좀 버겁더라도 안량/문추, 이각/곽사 정도는 몇 합에 모가지 댕강해 버릴 수 있을 거란 말이죠. 관우 상대는 여포한테 시키면 됩니다. 닭 잡는 것도 돼지 잡는 것도 화웅한테 시키면, 경험치가 쌓여서 소 잡는 레벨로 퀀텀 점프할 수도 있는데 그럼 이각/곽사는? 둘 중 한 놈 정도만 남겨놓는 게 가성비가 좋겠죠.

돼지 잡는 칼의 무용?

 이런 개소리를 늘어놓은 이유는, 특이점의 도래가 지금 당장은 아닐지라도 뭔가 단단히 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어쩌면 산업화 시대의 '분업화 신화'가 무너지는 것을 실시간으로 목도하고 있는 것일 지도 모릅니다. 하나만 죽어라 파지 않고 이거 저거 적당히 할 줄 알면 이도저도 아닌 것이 되는 게 아니라, 이제는 너도나도 이거 저거 적당히 할 줄 알아야 하는, 그리고 그런 것들을 오케스트레이션 할 줄 알아야 하는 그런 시대가 코 앞에 닥친 것일지도 몰라요.

 

 저는 제품의 UI/UX에 대해 고민하거나, 기술 리서치를 하거나, 뭔가 연결이 안 되어있는 포인트들을 이어주는 그런 매니지먼트 업무들을 하는 게 더 재미있고, 개발은 제게 세상과 연결되는 수단일 뿐이지 목적 그 자체는 아니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AI랑 협업하면서 '내가 전문가가 되어야 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의문을 가지기도 했고, 개발만으로 전문가 영역까지 가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어요. 다만 도메인 지식을 익히는 것은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제 환경은 개발자라 해서 개발만 해야 하는 제약이 없어서 개발 외에 여러 방식으로 스스로를 실험해 보고 있습니다.

 

 어쩌면 AI 덕분에 특정 역할군에 묶여있지 않고 더 자유로워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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