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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속의 베아트리체가 희미해져 감을 느낀다.
그것은 사람일 수도, 물건일 수도, 아니면 추상적인 개념일 수도 있다.
혹은 세 가지 모두 해당할 수도 있다.
'콩깍지가 벗겨졌다'라기보다는 내 비뚤어진 집착을 스스로 깨달아버린 것이 크다.
나는 케플러 지갑이 단순히 코스모스 생태계 전용 지갑이 아닌 멀티체인 지갑으로써
이더리움 생태계에서도 어떻게든 주목을 받고 사용자들을 끌어올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Ambire 지갑이 EIP-7702를 활용한 스마트 계정 기능을 통해 이더리움 생태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잠시 메타마스크와 어깨를 견주었던 5~6월쯤 이 생각에 제대로 불이 붙었다.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케플러도 충분히 주목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우리도 EIP-7702 활용해야 한다, 우리도 스마트 컨트랙트 개발해야 한다 호들갑을 떨었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당연하게도 이제 막 들어온 짬찌한테는 결정권이 없기에 조직의 정해진 일정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중간에 일정이 좀 비어서 EIP-7702를 사용하는 PoC를 2주간 혼자 만들어보기도 했는데
막바지에 현타 와서 그냥 발표도 안 하고 노션 문서로 대강 정리만 해서 공유하고 말았다.
돌이켜보면 대의명분은 '우리 제품이 주목받았으면 좋겠다'였지만
사실은 내가 주목받고 싶었던 것이고 그래서 내가 제품이나 상황을 쥐고 흔들고 싶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부 개발자들은 자아가 비대해져서 위아래도 없다'라고 생각했는데 정작 내가 그런 케이스였다니.
그래서 나는 다시 자아를 죽이는 연습을 할 것이다.
번 아웃이 왔다거나 그런 것은 아니다. 일하는 것, 개발하는 것은 여전히 나의 즐거움이다.
하지만 너무 거기에 매몰되어서는 안 되고, 집착해서도 안 된다.
새로운 방향성을 설정하는 것이다.
일은 일대로,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내가 하고 싶은 것대로.
조만간 계정 추상화에 대한 리서치를 업무 외적으로 다시 시작해 볼 것이다.
그것이 원래 내가 하고 싶었던 것이니.
인간관계에 있어서도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서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만 한다.
관계에 집착하다 보면 사사로운 감정들이 파도처럼 일어나는데, 그것들은 나에게 독일뿐이다.
잔잔한 호수처럼 나는 고독을 마시고 외로움을 삭이며 강해져야 한다.
누군가의 마음을 사기 위해 평소의 내가 아닌 행동이나 말은 하지 않아야 한다.
일상적인 대화가 어렵게 느껴지는 것은 내게는 지극히 정상적인 결과이다.
나는 그동안 나를 제외한 인간, 타인에게 그다지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태생이 다크 템플러인 나는
결정적인 순간에 결정적인 행동 또는 결정적인 한마디를 던질 수 있도록 연습해야 한다.
나는 듣는 것으로 정보를 습득하고 쓰는 것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데에 강하므로
많이 듣고 많이 써야 한다.
2026년에 나는 고요하게 타오르는 장작불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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