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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에 들어갈 무렵 씹덕의 길로 들어선 나는
"청춘"이라는 단어를 보면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상쾌한 푸른빛의, 일본의 여름이 자동으로 연상된다.
전국제패라던가 세계제일을 목표로 쉬지 않고 쓰러져도 다시 일어나 달려가는 주인공,
혈기왕성한 사나이들의 땀내 진동하는 진검승부,
불꽃놀이를 보며 손을 맞잡은 소년소녀의 사랑 이야기.
그런 것들을 동경해 왔다.
그런 사람들이 반짝반짝 빛나 보였다.
(막상 여름에 일본을 가보니 땀이 비처럼 쏟아져서 다시는 일본의 여름을 경험하고 싶지 않지만...)
하지만 애니메이션은 애니메이션일 뿐, 별 일 없이 청춘은 지나가버렸다.
'오십, 육십 먹어도 마음은 청춘이다' 이런 영포티스러운 변명은 하고 싶지 않다.
청춘의 '사전적 정의'에 따라, 그것은 내게 지나간 것이 되어버렸다.
잿빛으로
어쩌다 일이 이렇게 됐을까?
막상 해보면 별거 아닌 경우도 많고 내가 노력이 부족했던 것도 맞지만,
남 탓, 환경 탓 좀 해보자면 아무래도 사회적 분위기가 실패를 용인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보니
한 번 무너지면 다시는 일어서지 못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 혹은 강박 같은 것이 작용하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힘들다고 하면 들어주고 공감해 주는 어른이 주변에 없었다. 하다못해 형, 누나라도
'너만 힘든 거 아니야. 다 똑같이 힘들어.'
그렇게 나는 누구에게도 내 속마음을 쉽게 내비치지 않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청춘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실패를 용인할 줄 아는 그런 어른이 되고 싶다.

최근에 '블루 자이언트'라는 애니메이션을 보고 그런 것을 더 깊게 실감했다.
마냥 고등학교를 갖 졸업한 세 청춘의 성장 드라마로만 보일 수 있지만,
나는 그보다 주변 어른들의 역할이 굉장히 컸다고 생각한다.
무턱대고 재즈 하겠다고 찾아온 청년들에게 연습할 공간을 내어준 재즈바의 여사장님
첫 공연 전단지를 받을 때 찾아갈 확률 10%라고 했지만, 결국 팬이 되어 쭉 공연을 찾아주는 직장인 남성
생초짜 드러머에게 너의 성장을 지켜보며 응원하고 있다고 전한 어르신
피아니스트에 대한 혹평을 남겼지만, 가능성을 지켜보고 재도전의 기회를 준 대형 바의 사장님
무엇보다 꿈을 짓밟지 않고 응원해 주는 어른들
이제는 이런 어른들의 존재가 반짝반짝 빛나 보인다.
지금 속한 회사에도 그런 분들이 있다.
너무 소중한 인연이다.
더 이상 지나가버린 시간을 무마하기 위해 나 자신에게 가혹하게 굴지 않으려 한다.
나를 딛고 피어날 푸르름을 위한, 미래를 위한 투자라는 생각을 하면 일이 더 즐겁다.
그렇게 나는 존경받고 싶어. 이게 본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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