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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접에서 떨어졌는데 웃을 수 있는 이유

2024.06.21 - [생각 정리] - 생애 첫 커피챗 짧은 회고

2024.07.04 - [생각 정리] - 전화 면접 회고

2024.07.11 - [생각 정리] - 대면 면접 회고

 

 처음으로 면접을 봤다. 그게 뭐가 대수냐 싶겠지만, 나 같은 히키코모리에게는 커다란 진일보가 아닐 수 없다. '집 밖으로 나가기'부터가 고비였는데 커피챗과 면접을 위해 강남까지 무려 두 번 왕복을 했으니, 조금은 자신감이 생겼다고 해야 할까?

 

 그리고 첫술에 배부르랴. 물론 첫 도전에 일사천리로 직장까지 구했다면 정말 좋았겠지만, 직무가 내가 만들고 싶은  서비스를 다루는 영역은 아니었기 때문에 그렇게 아쉽지는 않다. 커피챗을 제안해 주신 분께서 추천인을 서주셨고 그 기대에 부응하고 싶어서, 이런 분과 함께 일하고 싶다는 바람에 서류를 넣어본 것이 컸다.

 

 문제는 내가 포트폴리오나 면접에 있어서 전혀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급하게 만들어서 첨삭받을 여유도 없었던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로 서류 심사는 어찌 통과했지만, 면접만큼은 정말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대면 면접은 고사하고 전화 면접에서 떨어졌어야 할 상태였는데, 추천인 덕분에 대면 면접까지 경험해 보게 되었으니 정말 감사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감사의 정권 지르기

 

 면접비로 치킨도 사 먹을 수 있었고 탈락 메일을 생일 전날에 받아서 생일날 기분 망치는 일은 면할 수 있었다ㅋㅋㅋ. 좋은 경험이었고 내가 어디가 어떻게 부족한지 배울 수 있었다. 이제 다음 면접을 위한 준비와 연습에 들어가야 할 것이다. 또 늑장 부리지 말고 기민하게 움직이자.

 

 어... 그래도 당분간은 너무 더우니까 만들고 있는 프로젝트 마무리하고 9월부터 움직일까?


도쿄까지 가서 발표를 망쳤는데 웃을 수 있는 이유

2024.07.27 - [생각 정리] - 오늘의 기묘한 모험

 

 처음으로 도쿄 여행을 다녀왔다. 해외에서 데모 피치를 해달라는 제안이 왔다고 어머니께 말씀드리는 과정에서 잘 해낼 자신이 없다고, 안 하겠다고 말씀드렸다. 어머니께서는 잘하려고 애쓸 필요 없고 그냥 좋은 경험하고 온다고 생각하고 다녀오라고 말씀해 주셨다. 이와 더불어 며칠 더 잡고 여행하면서 머리도 식히고 오라고.

 

 어머니 말씀을 듣고 잠시 스스로를 되돌아보았다. 그동안 도망만 쳤었지. 이번에도 도망치려고? 자신이 너무 한심하게 느껴졌고 어머니께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그래, 이번만큼은 부딪혀보자. 그리고 다음과 같은 마음가짐을 새겼다. '잘하려고 애쓸 필요 없고, 발표회장에서 보는 사람들 대부분은 다시는 안 볼 사람들이니까 준비한 것만 딱 보여주고 미련 없이 뒤돌아 나오자.'

 

 마침 동생이 2주 전에 오사카 여행을 다녀와서 일본을 제 구역처럼 누비고 다닐 수 있었기 때문에 동생을 길잡이로 데리고 가기로 했다. 그러자 동생 여자친구가 도쿄를 안 가봐서 한 번 가보고 싶다고, 자기도 가겠다고 파티에 합류하는 것이 아닌가? 아니, 일본까지 가는 것도 큰 결심이 필요한데 갑자기 이렇게 스케일이 커진다고? 그래도 살면서 이런 이벤트가 또 언제 발생할지 모른다, 그런 생각에 조금 들뜬 마음으로 일정을 기다렸던 것 같다.

 

 행사가 26일 금요일 오전 10시 시작이라 목요일 오후 3시 비행기를 타고 도쿄로 향했다. 시부야에 있는 숙소에 도착하고 나니 밤 9시가 되는 바람에 동생하고 편의점 음식으로 간단하게 저녁을 때우고 발표 자료를 손봤다. 그리고 대망의 발표날. 원래라면 단상에 서기만 해도 바들바들 떨었겠지만, 신기하게도 마인드셋을 잡아놓고 임하니까 그다지 떨리지는 않았다. 영어로 발표를 해야 하는데 스크립트를 외우지 못해서 그냥 핸드폰으로 켜놓고 국어책처럼 읽었다. 

발표하는 나

 

 발표한 8개의 팀 중 3개의 팀이 데모 데이(?) 본선에 진출할 자격이 주어지는데 나는 그 안에 포함되지 못했다. 뭐, 백 단위의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는 경험을 해 본다는 소정의 목표는 달성했으니까. 그런데 묘하게 밀려드는 회의감. 나는 온라인 커뮤니티도 눈팅만 하고 팀 게임도 안 하고 오프라인 소모임도, 어지간한 행사도 관심이 없는 그냥 '혼자가 편한' 족속이다(혼자가 편하다는 거지 조직에 적응 못한다는 것은 아님).

 

 그런데 개발자는, 특히 Web3 업계에서는 커뮤니티를 구축하고 소통하는 것이 너무나도 일반적인 소양처럼 보인다. 나는 그런 것들과 결이 맞지 않는다. 그렇다고 거기에 나를 억지로 끼워 맞추기 위해 애쓴다고 해서 내가 행복해질까? 오히려 무수한 흑역사만 쌓이게 될 것이고 나는 이불킥만으로 강철과 같은 다리를 얻게 될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니 내가 선택한 길에 회의감이 들었다. 뭐, 이 문제는 나중에 더 생각해 보자.

 

 행사가 끝나자마자 뒤도 돌아보지 않고 EDCON 행사장을 나와서 아키하바라에 있는 동생과 합류했다. 마침 늦게 출발한 동생 여자 친구와 도쿄에서 유학 중인 사촌 동생까지 합류하여 네 명이서 쇼핑하고 맛있는 것을 사 먹으면서 즐거운 하루를 보냈다. 사촌 동생의 경우는 애가 뭘 못 먹고 다니는지 하도 말라서 정말 안쓰러워서 눈물을 쏟을 뻔했다. 형 노릇을 하기 위해 모자, 상의, 셔츠, 바지 풀 세트로 옷가지를 사서 들려주고 다음 만남을 기약하며 사촌 동생을 돌려보냈다.

 

 토요일과 일요일은 동생과 동생 여자 친구와 동행했다. 도쿄 타워, 센소지, 소라마치 그리고 스미다 수족관까지 참 알차게 돌아다녔다. 수족관은 예정에 없었는데 마침 소라마치 바로 옆에 있어서 내가 가보자고 했다. 그리고 정작 제안한 나보다 동생들이 정신 못 차리고 수중 생물들 구경했다는 것이 웃음 포인트. 이렇게 좋아할 줄 알았으면 진작에 코엑스 아쿠아리움 같은데 데려가서 구경시켜 주는 건데. 내가 조금만 노력하면 나도, 주변 사람들도 더 행복해질 수 있는데 그동안 너무 무관심했던 것은 아닌가 반성하게 되었다.

 

 정말 즐거운 여행이었다. 새로운 경험, 내 진로에 대한 회의감, 새로운 장소, 형 노릇하기 등 단순히 즐기기 위한 여행이라기보다는 인간으로서 한 단계 성숙해지는 여행이었다고 생각한다.

 

 아, 정말 중요한 것 한 가지. 한 여름에는 절대 일본 여행을 하지 말 것!! 경비의 1/4은 음료를 사 먹는 데 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온몸의 수분이 실시간으로 땀샘에서 쏟아져 나온다!!


주식/코인이 오올 블루인데 웃을 수 있는 이유

그야 애초에 잃을 주식도 코인도 없으니까.

 

 더군다나 최근에 만들고 싶은 것 또는 튜토리얼 자료를 만들면서 보상도 받을 수 있는 꿀통을 발견해서 소액이기는 하지만 벌이가 생겼다. 그것도 스테이블 코인으로 받는 것이니, 나는 외화를 벌어오는 것이나 마찬가지 아닌가? 처음으로 코인으로 수익을 내본 것이기도 하다. 참 재밌다. 재밌어.


정리

 생각보다 큼지막한 사건이 몇 개 있어서 정리해 보았다. 결과는 만족스럽지 않지만, 그 과정 속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그리고 생각보다 좋은 흐름에 올라탄 것만 같은 느낌이다. 만들고 싶은 것들을 만들면서 생활비를 조금이나마 벌 수 있게 되었고, 또 조금씩 내가 쌓아온 것들이 누군가의 눈에 띄고 인정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정말 즐겁다. 이미 8월이긴 하지만 올 하반기에는 괜찮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아니어도 뭐 내가 재밌으면 된 거지. 푸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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